길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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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 (금) 해 질 무렵저녁스케치| 2023-06-02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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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이면
무거운 것이 가볍다
가벼운 것이 무겁다
해 질 무렵이면
배가 고파도 배부르다
배가 불러도 배고프다
해 질 무렵이면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이면
좁은 골목길에
텅 빈 물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무거울 때는 가볍게
가벼울 때는 무겁게
흔들리다가 엎어져
텅 빈 물통의 물을
다 쏟아버린 사람이 아름답다
정호승 시인의 <해 질 무렵>
마음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을 땐
아무것도 두지 않는 게 답일지도 몰라요.
힘겨웠던 하루도,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도
붉은 노을에 무심히 툭 던져 버려요.
그렇게 다 쏟아내고 가볍게, 가볍게,
다시 내일을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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