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음악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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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만난 좋은 친구김승정| 2023-05-24 16:36:00
- 늦게 만난 좋은 친구
아~내가 이 곡을 연주해보면 얼마나 멋질까?
중학교 음악 시간에 발표할 곡을 찾다 처음 듣게 된 쇼팽의 즉흥환상곡.!
집에 피아노도 있고 찾아보니 악보도 있었지만 그 곡을 칠 수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요. 4 남매 중 유일하게 저만 피아노 학원을 보내주지 않으셔서
학원에 가는 언니를 따라가 레슨 받는 언니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부러워하던 것이
피아노 학원에 대한 유일한 기억인 저로서는
밤마다 잠을 청하며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듣고 또 듣는 수 밖에요.
- 신청곡 쇼팽 즉흥환상곡
큰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디지털 피아노를 장만했습니다.
남편에게는 아이 피아노 연습을 위해 꼭 필요하다 했지만 사실 제게 큰 그림이 있었지요.
바로 피아노 독학하기 !!
남편과 아이들 보내고 하루 네 다섯 시간 씩 피아노 연습을 했습니다.
혼자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모르는 곡은 디지털 피아노에 내장된 곡들을 듣고 그 곡을 틀어 놓고 똑같이 치기 연습을 했지요.
바이엘 네 권을 하나하나 마치고 체르니 100번을 떼고 하농을 연습하면서
대학시절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보다 언젠가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 저 곡을 꼭 쳐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곡의 악보를 사서
연습에 연습을 더하다 보니 초등학생 조카들 앞에서는 뽐내며 칠 만큼의 수준은 된 거 같아요.
- 신청곡 베토벤 월광소나타 1악장
몇 년 간 혼자 연습하면서 느리고 잔잔한 곡 몇 곡으로 레퍼토리 돌려 막기를 하다 보니
이제 좀 빠르고 화려한 곡을 연주해보고 싶더군요.
그러던 중 작은 아이가 학원에서 레슨 받는 곡이라며 크로아티안 랩소디를 연주하는데 듣기 너무 좋아 연주 영상을 찾아봤어요
정원님 보다 조금 덜 잘생긴 맘심 므라비차가 멋지게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홀딱 반해서 당장 악보를 사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몇 마디 치다 좌절하고 말았어요.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손도 어린이만큼 작은 제가 혼자 연습하기에 어휴 ~어림없었어요.
내가 그렇게 졸랐는데도 왜 나만 피아노를 안 시켜서 내가 지금 이 한 곡을 연습하느라 고생을 하나 잠시 어머니 원망도 했지만
달리 생각해보니 만약 어린 시절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학원 다니고 했으면
늦은 나이에 이렇게 나름 열정을 불태우며 즐겁게 피아노 연습을 했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육아에 지치고 나 자신을 잃어간다고 서글퍼하던 시절 만나 많은 위로를 준 피아노~
피아노는 제게 늦게 만났지만 오래 오래 함께 할 좋은 친구입니다.
- 신청곡 크로아티안 랩소디 (막심 므라비차 연주 버전)
감사합니다. 날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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